
1886년,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 짧은 문장 하나를 남겼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본다. 146번째 잠언이다. 백사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장은 싸움이 붙는 곳마다 인용된다. 다만 인용하는 쪽은 대개 이미 괴물이 된 다음이다.

같은 책에는 덜 유명한 잠언이 하나 더 있다. 132번이다. 사람은 자기 미덕 때문에 가장 크게 벌을 받는다. 처음 읽으면 무슨 말인가 싶다. 그런데 한 경제 유튜버의 십 년을 따라가다 보면 이 문장이 꽤 정확한 요약이라는 걸 알게 된다.
2026년 1월, 슈카가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라이브를 켰다. 첫 화면에 띄운 문장은 이랬다. 피곤함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날 그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일 년 전 영상의 몇 초가 잘려 나가 ‘슈카가 코스피 5000을 비웃었다’로 둔갑했고, 그게 커뮤니티를 돌다 신문과 TV에까지 올라간 상황이었다. 실제 방송은 코스피가 2500이던 시절, 선거 기간에는 주식시장이 좋으니 지금 사도 된다는 취지였다. 억울한 쪽은 그였다. 그런데 해명 방송의 첫 문장이 사과였다. 자기가 해명하는 것조차 보는 사람에게 피곤한 일이라 미안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자기를 조롱꾼으로 만든 그 숫자를 칭찬하는 데 문장을 썼다. 코스피 5000은 백 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업적이고, 앞으로 더 높게 갔으면 좋겠다고. 억울한 심정도 숨기지는 않았다. 이런 일을 겪으면 밥이 안 넘어가고 잠이 안 온다고. 깊은 회의감과 무력감이 들어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생각한다고. 그러고는 바로 붙였다. 근데 해야죠, 돈 버니까.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이었다. 2023년 한 이차전지 종목이 크게 올랐을 때 그는 영상을 올렸다. 좋은 기업이고 실적도 오르고 있지만 단기 급등이 심하니 변동폭을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돌아온 건 쌍욕이었다. 슈카는 이차전지의 적이다, 중국 편이다. 밤길 조심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슈카가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그 뒤에 있는 자기 이익이 중요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 뒤로 그는 조심하라는 영상을 잘 올리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붙였다. 엄청난 피해자가 나왔죠.
니체의 132번이 여기 있다. 그를 벌받게 한 건 거짓말이 아니라 조심하라는 경고, 즉 그의 미덕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에는 그다음이 있다. 남을 깎지 않는 사람이 공격받으면 어떻게 되는가. 반격하지 않는다. 대신 입을 닫는다. 그리고 그 침묵의 값은 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치른다.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시장에서 손실을 떠안는 건 결국 경고를 듣지 못한 개인들이다. 회계로 치면 비용은 엉뚱한 장부에 잡힌 셈이다.
그날 사람들은 고소하라고 했다. 매번 좋게 넘어가 주니까 저러는 거라는 말이 공감을 많이 받았다. 그는 방송 후반에 그 요구에 답했다. 초등학교 때부터의 좌우명이 있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함께 살아가는데 남한테 피해만 안 줘도 칠팔십 점은 받는다고. 남을 비난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고, 내 얘기만 하는 방송을 하자는 게 원래 생각이었다고. 남을 비난하면 어그로도 더 끌리고 더 잘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고 했다. 그리고 이 한 줄을 붙였다. 그냥 내가 참으면 되지 뭐.

물론, 참는 게 늘 옳은 건 아니다. 잘린 말이 기사가 되고 해명은 기사가 되지 않는 구조라면, 참는 쪽만 계속 손해를 본다. 실제로 그날 밤 가장 위에 올라온 댓글이 그랬다. 라이브로 항변한 거엔 기사 한 줄 없는 게 대박이다. 고소하라는 목소리에도 일리가 있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가 시청자에게 남긴 부탁은 자기 얘기가 아니었다. 자기는 낙천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고. 그러니 여러분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몰려가서 죽일 듯이 공격하지는 말아 달라고. 다른 의견을 말할 자유가 민주주의 아니냐고.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괴물과 싸울 때 내가 괴물이 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자기를 두들겨 팬 사람들 이야기를 하다가, 그 결론이 ‘저들을 팼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아무도 안 팼으면 좋겠다’로 끝났다. 그다음엔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항상 문제를 일으켜서 미안하다고, 여러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시 노력하겠다고.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미안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한 시간짜리 방송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죄송하다와 미안하다였다.

방송은 엉뚱하게 끝났다. 삼십오 년 전 중학교 때, 깐족대다 체육 선생님한테 맞은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 친구가 자기랑 비슷했다고, 자기 별명이 미스터 깐족이라고. 걔도 깐족대다 맞았는데 저도 깐족대다 맞는 거죠. 아유, 이놈의 입이 문제예요. 한 시간 동안 억울함을 설명한 사람이, 자기가 맞은 이유를 결국 자기 입 탓으로 돌리며 웃었다.
니체는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고 했다. 그날 슈카는 심연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중학교 운동장을 들여다봤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 그쪽일 것이다. 상대를 괴물로 만들지 않고, 자기를 조금 우습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