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역주행으로 멜론 1위까지 한 걸그룹입니다.
광고가 붙고 예능에도 나오니 회사에 돈이 쏟아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멤버가 예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정산은 없어요."
1위를 했는데 정산이 없다니, 좀 이상하죠.
소속사 더뮤즈의 숫자를 펼쳐 보면 답이 보입니다.
참고로 더뮤즈는 비상장 중소기업이라 계약 조건이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아래 수익 숫자는 공개된 재무 수치에 업계 관행을 대입한 추정입니다.
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음원 수익은 정산까지 두세 달이 걸리고, 음반도 정산 주기가 있거든요.
당장 현금이 되는 건 광고 선금 정도입니다.
전년(매출 21억, 영업손실 2억)보다 매출은 줄었는데 손실은 28배가 됩니다.
매출 대비로 보면 100원어치 팔 때 318원씩 손해를 본 셈인데요.
그 결과 2025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1억 5천만원, 완전 자본잠식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 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태에서 1위가 나온 것이죠.
데뷔부터 2025년 말까지 앨범을 다섯 장 냈습니다. 거의 쉬지 않았어요.
업계에서는 중소 기획사 미니앨범 한 장에 10억 안팎, 뮤직비디오 한 편에 2~3억이 든다고 하는데요.
즉 56억의 상당 부분은 팀을 시장에 자리 잡게 하려고 일부러 쏟아부은 투자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같은 적자라도 성격이 다르다는 점은 짚고 가야 합니다.

바로 투자 유치 금액입니다.
더뮤즈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2026년 6월에 시리즈A 20억원을 받았는데요.
원래 목표가 50억이었는데, 역주행이 터지면서 돈이 덜 필요해져 20억에서 일찍 마감했다고 합니다.
재무제표만 보면 위태로운 회사에 투자자가 오히려 붙었다는 뜻이죠.
돈을 넣는 사람들은 지난 숫자보다 앞으로의 숫자를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멜론에서 한 번 재생될 때 생기는 돈이 약 7원인데요.
플랫폼, 작곡·작사가, 유통사 몫을 다 빼면 회사에 남는 건 2원대 초중반입니다.
만 번 들어야 2만원대라는 뜻이죠.
그래서 연간 음원 수익 추정치는 2억~5억원 수준에 머뭅니다.
이사가 방송에서 "예전엔 우리가 수백 통씩 연락했는데, 이제 광고 문의만 100건이 넘는다"고 했는데요.
CU, 도미노피자, 나랑드사이다 등이 붙었고, 연간 광고 수익은 5억~15억원으로 추정됩니다.

광고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할 때 선금이 들어옵니다. 현금이 빠듯한 회사에게는 이게 가장 반가운 돈입니다.
둘째, 이번 계약이 다음 계약의 단가를 정합니다. 지금 계약은 이번 수익이자 다음 협상의 기준값인 셈이죠.
음반 3억~6억, 음원 2억~5억, 광고 5억~15억, 유튜브·방송 3억~7억.
합치면 연 11억~33억원입니다.
2025년 영업손실 56억과 비교하면 모자라지만, 그 56억의 상당 부분이 앨범 다섯 장의 제작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교가 조금 박하긴 합니다.
중소 기획사는 보통 회사가 아티스트에게 쓴 돈을 다 회수한 다음에 정산을 시작합니다.
레슨비, 숙소비, 앨범·뮤직비디오 제작비까지 전부요.
데뷔하는 순간 이미 수억원의 빚을 지고 출발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정산이 시작되면 신인 기준으로 회사와 아티스트가 보통 6:4나 5:5로 나눕니다.
투자금을 다 회수하고 순이익이 10억 남았다고 치면, 5:5로 아티스트 몫 5억, 다섯 명이 나눠 한 명당 1억이 첫 정산이 됩니다.

첫 정산이 얼마면 좋겠냐는 질문에 메이는 이렇게 답했다고 하는데요.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 결제에도 부담 없는 정도면 돼요."
억 단위 숫자를 세던 입장에서 보면 꽤 겸손한 목표입니다.
더뮤즈의 2026년 재무제표는 광고 선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와 적자 폭이 얼마나 줄었는지, 이 두 숫자만 보면 승패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