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퇴직연금이 DB인지 DC인지 정확히 모르는 채로 몇 년째 다니고 있는 분이라면 이 글에서 두 제도의 갈림길부터 잡고 가시면 됩니다. 입사할 때 서류에 사인은 했는데 "이게 내 돈을 내가 굴린다는 건가, 회사가 굴린다는 건가" 싶으실 텐데요, 저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제도 비교와 제도 종류 안내를 열어 두고 항목을 하나씩 맞춰 봤습니다. 누가 운용하고 누가 위험을 지는지, 내 회사 제도 확인하는 길, IRP와 어떻게 다른지, 막히는 경우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2026년 10월 기준 안내이고, 세부 규약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름에 답이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DB는 확정급여형이라 퇴직할 때 받을 급여가 미리 정해지고, DC는 확정기여형이라 회사가 넣는 부담금이 정해집니다. 아래 표는 통합연금포털 제도 비교 내용을 항목별로 옮긴 것입니다.
항목 | DB(확정급여형) | DC(확정기여형) |
|---|---|---|
미리 정해지는 쪽 | 퇴직 때 받는 급여액 | 회사가 납입하는 부담금 |
운용을 결정하는 사람 | 회사 | 근로자 |
운용 위험을 지는 사람 | 회사 | 근로자 |
회사 부담금 | 운용 결과 등에 따라 변동 |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
퇴직급여가 정해지는 방식 | 근로기간과 퇴직 시 임금 | 운용 실적에 따라 변동 |
근로자 추가 납입 | 불가, IRP 계좌로는 가능 | 가능 |
담보대출 | 적립금의 50% 한도 | 적립금의 50% 한도 |
어울리는 환경 | 도산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회사 | 연봉제를 쓰는 회사와 이직이 잦은 근로자 |
DB와 DC는 좋고 나쁨으로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운용하고 누가 결과를 떠안느냐로 나뉩니다. 표의 첫 두 줄이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DB부터 풀어 보겠습니다.
DB의 퇴직급여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합니다. 평균임금은 퇴직하기 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일수로 나눈 금액이라서, 법정 퇴직금과 계산 방식이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림으로 따져 보면 월 400만 원을 받던 사람이 10년을 일하고 나가는 경우 4,000만 원 안팎인데, 상여금과 수당이 평균임금에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어림값입니다.
DB에서는 적립금을 회사가 굴립니다. 수익이 나빠 적립금이 모자라면 회사가 채워야 하므로 근로자가 시장 걱정을 할 일은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퇴직 직전 임금이 수령액을 정하기 때문에, 임금이 계속 오르는 구조일수록 DB 쪽이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DC는 정반대의 모양이라는 것이 감이 오실 겁니다.
DC는 회사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해마다 근로자 계좌에 넣어 줍니다. 월급이 400만 원이면 대략 한 달 치 월급이 매년 들어오는 셈이고, 그 돈으로 예금, 펀드, ETF 같은 상품을 근로자가 직접 고릅니다. 수령액은 넣은 돈에 수익률이 더해진 만큼이라서 잘되면 DB보다 많아질 수 있고, 손실이 나면 적어집니다.
손실이 겁난다고 DC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운용관리기관은 운용 방법을 제시할 때 원리금 보장 상품을 최소 하나는 넣어야 하기 때문에,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두는 선택지가 항상 열려 있습니다. DC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위험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운용 지시를 안 하고 방치하는 쪽입니다. 지시를 하지 않으면 적립금이 낮은 수익의 상품에 그대로 머물 수 있고, 운용 방법은 가입한 퇴직연금사업자의 앱에서 바꿀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내 상황이 어디에 가까운지만 보면 됩니다.
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오래 다닐 사람: DB가 맞습니다. 퇴직 직전 임금이 계산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연봉제이거나 임금 상승이 완만한 사람: DC가 맞습니다. 해마다 넣는 돈이 기준이라 임금 상승의 이점이 DB만큼 크지 않습니다.
이직이 잦거나 회사 재무가 불안한 사람: DC가 맞습니다. 적립금이 내 계좌에 있어서 회사 사정과 분리됩니다.
퇴직연금 DB와 DC 중에 수익을 보장해 주는 쪽은 없습니다. 특정 상품이나 수익을 약속하는 말은 판단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운용에 자신이 없다면 DC에서도 원리금 보장 상품부터 시작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다만 이 선택을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먼저 내 회사가 어떤 제도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할 곳은 세 곳이고, 어느 한 곳만 봐도 답이 나옵니다.
회사 인사·총무 부서에 퇴직연금 종류와 가입한 퇴직연금사업자를 묻습니다.
사업자(은행·증권·보험사) 앱이나 홈페이지의 퇴직연금 메뉴에서 가입 여부를 봅니다.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 내 연금 조회를 합니다.
제도를 바꾸는 일은 개인이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 안내를 보면 DB에서 DC로 넘어가는 길은 열려 있고 그 반대인 DC에서 DB로 되돌리는 길은 없습니다. 회사 규약이 바뀌는 절차라서 세부 방법은 회사 담당 부서에 물어야 답이 나옵니다.
제도를 확인했다면 이제 많이 섞어서 말하는 IRP와의 관계를 정리할 차례입니다.
IRP는 DB나 DC의 다른 종류가 아닙니다. 계좌입니다. 퇴직일시금을 받았을 때 세금을 미루고 연금으로 쌓아 가는 개인 계좌이고, DB·DC 가입자도 연 1,800만 원 한도에서 추가로 넣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추가로 낸 돈은 연금저축 납입액과 합쳐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 안내입니다.
한 줄로 줄이면 DB·DC는 회사 제도이고 IRP는 내 계좌입니다. 퇴직하면 DB·DC 적립금을 보통 IRP로 옮겨 이어 갑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동의로 기업형 IRP를 쓰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DC에 준해 운용됩니다.
실제로 궁금증이 터지는 곳은 아래 네 군데입니다.
DC인데 돈이 안 쌓이는 것 같을 때: 회사 부담금이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들어와야 합니다. 사업자 앱에서 입금 내역을 보고, 이상하면 회사에 문의하세요. 해결이 안 되면 고용노동부 상담 창구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DB는 내 계좌가 없다는 오해: 계좌가 눈에 안 보일 뿐 퇴직급여를 받을 권리는 그대로입니다. 회사 규약과 사업자 안내로 확인하면 됩니다.
DC 중도인출을 아무 때나 하려는 경우: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의료비, 파산선고, 개인회생처럼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돈이 급할 때 DB에서 꺼내려는 경우: 담보대출이라면 적립금의 50%까지 가능합니다.
Q. 퇴직연금은 DB와 DC 중 무엇이 낫습니까?
A. 임금이 계속 오르며 오래 다닐 사람은 DB, 연봉제이거나 이직이 잦은 사람은 DC 쪽입니다. 현실에서는 회사가 도입한 제도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DC형은 매달 얼마가 들어오나요?
A. 회사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해마다 넣습니다. 대략 한 달 치 월급 수준입니다.
Q. IRP에 직접 넣으면 세금 혜택이 있나요?
A. 연금저축과 합쳐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입니다. 공제율은 소득 구간에 따라 달라지니 연말정산 안내에서 내 구간을 보세요.
퇴직연금 DB와 DC의 차이는 복잡한 금융 지식이 아니라 책임 소재의 문제입니다. DB는 받을 돈이 정해져 있고 운용 위험은 회사가 집니다. DC는 넣는 돈이 정해져 있고 운용 위험은 내가 집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인사·총무 부서에 퇴직연금 종류와 사업자 이름을 문의하거나 사업자 앱을 열어 가입 여부를 보세요. 5분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