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알상무님의 「손절 라인 터치 [지표추적자 1013]」 방송(2026년 10월 13일)에서 나온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알상무님의 칼럼 문체를 빌려 다시 쓴 글입니다.
1804년 빈. 베토벤은 새 교향곡의 악보 첫 장에 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 두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혁명의 수호자라 믿었던 사람이었고, 공화주의자였던 작곡가는 그에게 곡을 바칠 생각이었다. 제자 페르디난트 리스의 증언에 따르면, 그 해 5월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이 빈에 닿았다. 베토벤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그도 결국 평범한 인간이었구나.

리스는 베토벤이 표지를 두 쪽으로 찢어 바닥에 던졌다고 전했다. 남아 있는 필사본은 조금 다르게 말한다. 표지는 찢어지지 않았다. 대신 나폴레옹의 이름이 있던 자리가 얼마나 세게 지워졌는지 종이에 구멍이 났다.

1806년에 출판된 악보의 제목은 「한 위대한 인물을 기념하며」가 됐다. 곡은 버려지지 않았다. 헌정만 거둬졌다.
오늘 코스피는 6,035로 끝났다. 하루에 5% 넘게 빠졌고, 장중에는 5,900대까지 내려갔다. 외국인은 이틀 동안 6조 5천억을 팔았다. 삼성전자는 23만원대, SK하이닉스는 145만원이 됐다. 이번 주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빠졌다. 알상무님은 방송 중에 이렇게 말했다. 이건 틀린 거다.
시장은 이유를 찾느라 분주하다. 중국 CXMT가 반도체 판을 먹는다는 이야기, 오픈AI 매출이 줄었다는 이야기. 알상무님의 답은 짧다. 다 부질없다. 이유는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주식은 땔감을 계속 넣어 줘야 올라가는데, 지금 우리에게 땔감이 없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런데 그 돈으로 공장을 지으면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나라의 소득은 늘어도 주가는 못 오른다.
이유를 찾는 일은 점잖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틀렸다는 말을 미루는 방법이다. 이유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직 틀린 게 아니니까. 베토벤이 이유를 따지는 데 시간을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폴레옹의 사정을 이해해 보겠다며 악보를 서랍에 넣어 두었다면, 그 곡은 영영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름부터 지웠다. 대응은 거기서 시작됐다.
알상무님의 대응은 이렇다. 틀린 건 틀린 거고,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현금 일부를 덜어 지수를 조금 더 산다. 근거는 없다고 스스로 말한다. 반도체 판을 CXMT가 다 먹게 생겼는데 무슨 소리냐, 지금까지 조심하라더니 이제 와서 역발상이냐는 말이 나올 줄 안다고도 했다. 맞다. 그는 급락까지는 보지 못했다. 그러니 틀렸다. 틀렸으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양보할 것은 다 양보했다. 그런데도 그는 산다.
다만 한 가지 선을 긋는다. 이것은 모두의 처방이 아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사람은 더 빠져도 견딜 수 있다. 이미 큰 손실을 안고 있는 사람은 다르다. 거기서 더 빠지면 반토막이 되고, 반토막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물린 사람은 보태지 말고 지켜보라고 했다. 같은 하락장에서 누구에게나 같은 말이 옳을 수는 없다. 대응은 내 체력에 맞아야 한다.
그리고 대응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알상무님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많이 빠지면 조금 사 주고, 많이 오르면 조금 팔아 준다. 시장에 대한 서로간의 예의라는 표현을 썼다. 감정은 이유를 찾고, 규칙은 움직인다. 이 두 가지를 섞으면 보통 샀다 팔았다만 반복하다 끝난다.
물론 다른 쪽의 신호도 있다. 한국 금리가 먼저 내려갔고, 미국 금리도 따라 내려왔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에 좋을 것이라고 믿기 쉽다. 그는 반대로 읽었다. 물가 때문에 조이던 중앙은행이 갑자기 누그러지는 건 겁을 먹었다는 뜻이다. 무엇이 무너질까 봐. 중앙은행은 우리보다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모든 자산이 같이 약해진 지난 일주일을 떠올리면, 이 해석은 위로가 아니라 경고에 가깝다.
그러니 차갑게 보자고 했다. 쓸데없는 희망은 행동을 느리게 만든다. 올해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대응하라고 했다. 이 말이 비관으로 들린다면 절반만 들은 것이다. 나머지 절반이 같은 방송에 있다. 지금은 사야 할 때고, 개별 종목이 아니라 지수여야 하며, 11월은 10월보다 나을 것 같다는 이야기. 알상무님은 비관한 것이 아니라 틀렸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낙관할 수 있는 만큼만 낙관한 것이다.
베토벤의 3번 교향곡은 지금도 연주된다. 헌정은 거둬졌지만 음악은 남았다. 이번 주 시장에서 거둬야 할 것도 비슷하다. 내가 믿어 온 설명, 내가 바쳐 둔 전망. 그것들을 거두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틀렸다고 말하는 순간 악보는 비로소 다시 쓰이기 시작한다.
같은 방송을 숫자와 표로 정리한 글은 코스피 6,035로 끝난 13일의 화요일, 알상무가 "조금 사자"고 한 이유에, 가볍게 읽는 버전은 내비게이션은 화내지 않는다에 있습니다.
원본 영상: [알상무 「손절 라인 터치 [지표추적자 1013]」 보러 가기](https://www.youtube.com/watch?v=GTTHxdlWbJ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