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 계산대에서 줄을 고르는 순간부터 인생의 작은 불행이 시작된다. 사람이 적은 줄을 골랐는데 앞사람 카트가 산처럼 쌓여 있고, 옆줄은 쑥쑥 줄어든다. 그때 머릿속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이 마트 계산 시스템은 정말 이상하다.
그런데 이 말은 신기하게도 내 줄이 느릴 때만 나온다. 옆줄이 느리고 내 줄이 빠를 때는 아무도 "오늘 계산 시스템 훌륭하네"라고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 내가 유리하면 시스템은 당연한 것이 되고, 불리해지면 갑자기 이상한 것이 된다.

시장이 빠지는 날 주식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것과 닮았다. 내가 산 종목이 내려가면 "시장이 비이성적이다", 외국인이 팔았다고 "수급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정말 외국인이 판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팔린 돈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한 곳에서만 판 경우는 드물다. 외국인도 기관도, 위에서 던진 개인도 같이 팔았다. 한 줄만 느린 게 아니라 마트 전체가 붐볐던 것이다.
줄이 느린 데는 이유가 있다. 앞사람의 카트에 상품권이 섞여 있거나, 바코드가 안 찍히는 물건이 하나 끼어 있다. 내가 그 이유를 모를 뿐이다. 시장이 빠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직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쪽이 "시스템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쪽보다 대체로 덜 손해를 본다. 이유를 찾으려는 사람은 다음 줄에서 같은 실수를 덜 하기 때문이다. 이 습관이 몸에 배면, 하락할 때마다 같은 손실을 되풀이하는 일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가끔 이유 없이 움직인다. 다만 내 포지션과 반대로 움직일 때만 비이성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다. 그건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내 줄만 보는 습관의 문제다.
그러면 이미 긴 줄에 서 버렸다면 어떻게 할까. 줄을 통째로 갈아타면 처음부터 다시 서야 하고, 갈아탄 줄이 더 느려질 수도 있다. 카트에서 물건 하나만 내려놓는 방법이 있다. 한 방송에서 든 예로는, 도저히 마음을 못 가라앉히겠다면 전체의 10%만 정리해서 마음을 달래고 나머지 90%를 지키라는 것이다. 목적은 현금이 아니라 흔들린 마음을 붙잡는 일이다. 마음이 다급해지면 사람은 카트를 통째로 버리고 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10%를 내려놓은 뒤에 그 물건이 오히려 오를 수도 있고, 내 줄이 갑자기 빨라질 수도 있다. 줄을 고르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이유를 묻지 않고 계산대 탓만 하는 사람과, 앞사람의 카트부터 보는 사람이 다음 주에 서 있는 자리는 다르다.
오늘 마트에 가면 줄이 느릴 때 한 번만 해 보자. 시스템이 이상하다고 말하기 전에 앞사람 카트에 뭐가 들어 있는지 먼저 보는 것이다.
이 글은 알상무 방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정리했습니다. 같은 방송을 숫자와 표로 정리한 글은 코스피 5,552 마감, 5,500 라인에 갇힌 화요일: 알상무 지표추적자 1020 (10월 20일)에, 칼럼 형식은 AI 투자와 AI 주식은 다르다: 철도 광풍이 남긴 것에 있습니다.
원본 영상: [알상무 「국장에 물려 미안한 사람들 [지표추적자 1020]」](https://www.youtube.com/watch?v=OgAiPlXt2Q4)